여행 출발할 때는 7개월, 돌아올 때는 8개월이 되었다. 이번 여행에서 탈 것 마스터가 된 우리 아기. 비행기 7번, 장거리 기차 7시간 25분, 전철, 트램, 버스, 택시, 페리까지 탔다.
제주도 테스트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결전의 날이 다가왔다. 이번에는 장거리 해외여행, 목적지는 유럽이다.
국제선의 경우, 48개월 미만은 10% 금액을 내야하고 좌석은 없다. 베시넷은 항공사와 기종별로 조금씩 다른데, 보통 10kg내외인 것 같다.
비행기 총 7번 탔다.
- 인천에서 헬싱키, 핀에어, 13h 50m
- 헬싱키에서 스톡홀름, 핀에어, 1h
- 스톡홀름에서 베르겐, SAS, 1h 10m
- 오슬로에서 티라나, Norwegian, 3h 5m
- 티라나에서 볼로냐, 위즈에어, 1h 20m
- 볼로냐에서 로마, 알이탈리아, 1h
- 로마에서 인천, 아시아나, 11h 20m
그중 장거리는 갈 때, 인천-헬싱키(핀에어) 그리고 올 때, 로마-인천(아시아나항공)이었다.
이 두 항공편만 베시넷을 신청할 수 있는 거리였다. 다른 편은 거리가 짧거나 저가항공이라 그런 서비스가 없는 것 같았다.
아기는 9.5kg이었고, 핀에어 규정은 70cm에 9kg이었다. 아기 무게를 직접 재보는 것은 아니지만, 규정대로 정확히 하는 사람한테 걸리면 못 쓸 것 같았다. 베시넷을 못 쓴다는 것은 엄마/아빠 무릎에 앉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만석이 아니면 빈자리를 주기도 한다는데 운을 점쳐보듯 당일에 결정되는 대로 그냥 가기에는 비행시간이 너무 길다. 첫 비행이 약 14시간, 게다가 경유도 해야 한다. 버거울 것 같아서 아기가 7개월임에도 불구하고 75% 돈을 내면서 자리를 샀다. 아기 비행깃값만 편도 85만원을 줬다(핀에어, 인천-헬싱키-스톡홀름).
*핀에어는 베시넷을 사용하고 싶으면 베시넷 설치하는 자리(=베시넷 설치할 수 있는 1열 좌석)를 돈 내고 사야 한다. 우리는 아예 아기 좌석을 샀는데, 자리 배정이 랜덤이다. 그래서 아기가 우리와 떨어진 곳에, 3명 좌석 중 가운데에 지정되어 있었다. 고객센터에 연락해서 구매한 건데 이런 식으로 일 처리를 한다니 정말 어이가 없었다.
베시넷 규정
: 항공사 그리고 항공기마다 규격이 조금씩 다르니 본인이 탑승하는 항공사에 문의하는 것이 제일 정확하다.
- 핀에어: 70cm, 9kg
- 아시아나: A350 기종 : 신장 71CM + 몸무게 14KG 이하 충족시 / A350 외 전 기종 : 신장 76CM + 몸무게 14KG 이하 충족 시
베시넷을 쓰기 위해 돌아오는 비행기는 일부러 아시아나로 예약했다. 베시넷을 신청했는데, 체크인하면서 직원이 빈자리가 있다며, 원하면 베시넷 자리가 아닌 어른 좌석 3개로 준다고 해 알겠다고 했다. 베시넷은 아기가 누워 자면 아주 좋지만, 울고 보채면 엄마 아빠가 들어야 하는데, 맨 앞자리는 팔걸이를 올릴 수 없다. 그래도 아쉬우니 베시넷에 눕혀보기만 했다. 꽉 찬다, 우리 아기.
장거리 비행 팁
무조건 아기 잠자는 시간에 비행기 탈 것!! 진짜 중요하다. 백만 번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아기가 잔다는 것은 밥 안 줘도 되고, 기저귀 갈 일도 없다는 것이다. 물론 아기 컨디션마다 다르고 통잠을 안 자면 어렵겠지만, 그래도 낮보다 돌보기 편할 것 같다.
필요한 물건들 손 닿기 쉬운 곳에 배치해 두는 것도 좋다. 조명 꺼진 상태로 물건 찾을 때 빨리 못 찾으면 짜증 날 수 있다.
이유식을 제공하는 항공사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핀에어는 없었고, 아시아나는 병 이유식을 줬다. 미리 신청해야 한다.
남편 – 아기 – 나 이렇게 앉아서 중간에 팔걸이를 올리고 아기를 눕혔다. 팔걸이 안 떨어지게 항상 조심, 이렇게 저렇게 누워도 딱 얼굴에 팔걸이가 떨어지는 키다.
동행자와 교대해서 보는 것을 추천한다. 유럽행은 지루하고 길다. 아기가 잘 때, 나도 자고 싶지만, 아기가 굴러떨어질까 봐 불안해서 잘 수가 없다. 2시간이든 3시간이든 교대로 보는 게 모두에게 좋다. 고맙게도 기내식 시간에 아기가 자서 동시에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어린 아기 육아하는 부모라면 다 알 듯, 둘이 같이 온전히 식사만 할 수 있는 기회는 별로 없다.
담요를 좌석과 식탁에 끼워서 아기가 떨어지는 것을 방지한다.
분유는 젖병에 소분해 놓는 것이 시간 절약하는 길이지만 바닥에 붙어 잘 안 녹을 때도 있다.
액상 분유도 가져갔는데, 구멍이 너무 작아서 젖병에 담아줬다. 뜨거운 물을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편리한 제품임은 분명하지만, 갑자기 아기가 안 먹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뜨거운 물 담은 보온병을 항상 가지고 다녀서 결국 무게만 늘었다.
비행기에서 기저귀 갈아주는 게 고난도다. 화장실이 좁고, 아기는 뒤집는다. 우리는 둘이 들어가서 한 명이 잡아주고 한 명이 갈아줬다. 혼자였으면 여기저기 똥칠했을 것이다. 그런데 항공기 규정상 어른 둘이 화장실에 같이 못 들어가게 하는 곳도 있다. 그럼 어떻게 하느냐? 문을 안 잠근다. 그렇다고 활짝 열라는 건 아니다. 기저귀 갈이대에 아기를 고정하는 벨트가 있는 게 아니라 참 어렵다. 아기는 뒤집고, 손이 부족하다. 까딱하면 아기가 떨어질 것 같다. 승무원들도 융통성 있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다. 7번 비행하면서 거의 모든 비행기에서 똥 기저귀를 갈았는데, 규정이니까 절대 안 돼! 이런 승무원은 없었다.
비행기에서 아기들이 똥 많이 싼다고 했는데 진짜였다. 기저귀 많이 챙겨요.
공항에서 유모차 보내기
기내 반입이 가능한 휴대용 유모차를 사려고 했지만, 비교만 하다가 못 샀다. 그래서 원래 사용하던 유모차를 가져갔는데, 체크인하면서 위탁 수하물로 부쳐야 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유럽 도시의 돌길을 생각하면 바퀴가 큰 유모차를 가져간 게 좋은 선택이었지만, 공항에서 수속과 짐 검사를 받을 때 유모차 없이 아기띠만 사용해야 했던 건 꽤 힘들었다.
게이트 앞에서 유모차를 맡길 수 있는지 미리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우리는 미리 알아보지 않았었다.
여행지가 돌길이 아니라는 전제하에, 게이트 앞까지 유모차를 사용 못 하는 경우, 경유할 때 유모차를 못 받는 경우도 있으니, 기내에 들고 탈 수 있는 유모차를 가져가는 것이 속 편할 것 같다.
경유 시간이 길 때, 유모차 없이 아기를 안고 다니는 것은 상당히 힘들다. 공항에서 유모차 대여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지만, 공항마다 사정이 다르고, 대여받기 전에 기운이 다 빠진다. 내 짐, 아기 짐, 아무튼 챙겨야 할 것이 많으니까 말이다. 반대로 경유 시간이 아주 짧을 때도 문제다. 유모차가 나보다 먼저 나와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유모차를 찾는 동안 꽤 오래 기다려야 했다.
경유지에서 수속할 때 또 다른 어려운 점은 아기 음식이다. 액체류라 가방에서 빼야 하는데 아주 번거롭다. 아기띠를 하고 물건을 빼고 넣고 어깨가 아프다. 아기 음식도 까다롭게 검사한다. 뚜껑 한 번 열지 않은 제품이어도 영어가 적혀있지 않으면 직원들이 이게 뭔지 알 수 없다는 식이였다. 그 말도 맞지만 유쾌하지는 않다.
- 인천 출발 ICN – 헬싱키 경유 HEL – 스톡홀름 도착 ARN, 핀에어
인천공항에서는 비행기 탑승 게이트에서 유모차를 부쳤다. 유모차를 접어주면 직원들이 비닐에 포장해서 부쳐준다. 헬싱키에서 경유할 때, 유모차를 받을 수 없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 경유 시간도 1시간 50분으로 짧았고, 안 찾았던 것 같다. 확실하지 않다. 스톡홀름 알란다 공항 (ARN) 도착해서 짐 찾는 곳에서 같이 나왔다.
- 스웨덴 스톡홀름 ARN – 노르웨이 베르겐 BGO
스톡홀름 알란다 공항에서 체크인하고, 옆에 스페셜 러기지로 부쳐야 한다. 비닐 포장 직접 해야 한다. 베르겐 공항에서 짐이랑 같이 나왔다.
- 노르웨이 오슬로 OSL – 알바니아 티라나 TIA
오슬로 공항에서 체크인하고, 스페셜 러기지로 보내야 한다. 게이트 투 게이트 안 되고, 비닐 포장도 없다. 날 것 그대로, 티라나 공항에서 짐이랑 같이 나왔다.
- 알바니아 티라나 TIA – 이탈리아 볼로냐 BLQ
티라나 공항에서 게이트까지 쓸 수 있는데, 비행기와 건물이 다리로 연결되지 않고, 버스 이동이었다. 버스까지 타고 비행기 타는 계단 앞쪽 땅바닥에 두라고 해서 뒀는데, 잊어버리는 거 아니겠지?싶었다. 다행히 볼로냐 공항에서 짐이랑 같이 나왔다.
- 이탈리아 볼로냐 BLQ – 로마 경유 FCO – 인천 도착 ICN, 알이탈리아 & 아시아나
볼로냐 공항에서 게이트까지 사용할 수 있다. 로마에서 경유해야 해서 유모차를 어디서 찾는지가 문제였다. 볼로냐 공항 체크인할 때, 어쩌면 로마에서 못 받을 수도 있다고 아주 거지같이 설명해 줬기 때문이다. (알이탈리아)
로마 공항 도착한 후,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직원한테 유모차는 어디서 찾냐고 했더니 찾아서 꺼내줬다. 안 물어봤으면 로마 공항에서는 유모차를 못 썼을 것 같은 느낌이다. 유모차 받는 데 꽤 오래 걸렸다.
로마 공항 환승 게이트에서 체크인하면서 다시 유모차를 보냈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 내리니까 유모차 찾아가라고 이름이 붙어 있었다.
시차 적응
시차 적응을 위해서 딱히 시도한 게 없으리만큼 아기가 알아서 했다. 나도 시차 적응해야 하는데 아기는 한국 시간에 맞춰 생활해 24시간 내내 힘들까 봐 많이 걱정했다. 수유 시간을 도착지 시간에 맞춰줘서 그런지 시차 적응은 아기가 제일 빨랐다. 걱정이 무색하게 새벽에 일어나서 보채고 우는 것도 딱히 없었다. 유럽에서 한 달 넘게 지내서, 한국 도착해서 시차 적응하느라 고생할 줄 알았는데, 힘들었던 기억이 없는 거 보니 잘했나 보다.
이유식을 찾아서
마침 분유 단계 올려줄 시기였다. 혹시나 갑자기 분유 바뀌면 안 먹을까 봐, 단계 올려주면서 힙분유로 바꿨다. 기존에는 조리원에서 준 남양 분유를 먹었다. 힙 분유로 결정한 이유는, 우리가 방문할 나라에서 다 살 수 있다. 한국, 스웨덴, 노르웨이, 알바니아, 이탈리아 다섯 국가에서 다 파는 분유는 힙이랑 압타밀밖에 없었다.
아기랑 장거리+장기간 여행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다. 평상시에는 직접 만들어 먹이다. 하지만 여행지에서 이유식을 직접 만들어 먹인다는 것은 무리라 판단했다.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인데 아기 먹을 게 있겠지‘, 현지에서 이유식을 사 먹일 생각이었다. 가기 전에 미리 뭘 파는지 검색했고, 번역도 하고, 이 제품을 먹이면 되겠다 싶어 상품 사진 캡처도 했다. 말이 안 통하면 사진으로 보여주려고. 물론 한국에서 실온 이유식 파우치 며칠 분도 챙겨갔다.
막상 여행지에 도착해 슈퍼에 갔더니 그 제품이 품절이었다. 근처 슈퍼 또 그 근처 슈퍼, 그 동네의 슈퍼를 다 돌아다녔다. 아기가 먹을 수 있는 재료가 맞는지 번역기를 돌려가며 이유식 제품을 고르는 건 시간이 많이 든다. 나는 여행 일정이 빠듯하지 않아 괜찮았지만, 찾아가는 슈퍼마다 품절일 때면 걱정이 앞섰다.
180일부터 이유식을 시작했으니 먹어본 재료가 많지 않았다. 18개 중 1개는 알러지라 17개뿐이다. 게다가 여행 열흘 전에 시도한 계란 알러지 테스트에서 심각한 반응을 보여, 그 후로 뭘 사면 눈에 불을 켜고 성분을 확인했다. 외국어로 성분 확인은 한층 더 스트레스다. 만약 이유식을 조금 더 일찍 시작했으면 여행하면서 이유식 사 먹이는 게 더 수월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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