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7개월일 때 유럽에 갈 일이 생겼다. 물론 그때 되면 아기가 또 한 달 자라서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그래도 미리 한 번 시도해 보고, 진짜 정 아니다 싶으면 유럽행을 단념하기 위해서 테스트 비행이 필요했다. 그리하여 결정된 제주도행.
제주도는 역시 유아를 동반한 가족여행 또는 임산부들이 만만하게 갈 수 있는 곳임이 분명하다. 공항에서 유모차, 임산부, 걸음마 시작한 아기들 아주 많이 봤다.
장점은 “국내”다. 국내라함은 언어 소통 문제없음, 환전 불필요, 급하게 병원에 가게 되더라도 건강보험, 언어, 병원 수준 등 모든 면에서 걱정할 필요가 없음, 음식이 입에 안 맞아 고생할 걱정 없음을 뜻한다. 렌터카도 가능하고, 카시트, 유모차 다 빌려 쓸 수 있다. 찾다 보니 소독기, 휴대용 이유식 의자 등 다양한 물품을 대여할 수 있더라.
비행 후기
아기 190일, 인생 첫 비행기를 탔다.
김포에서 제주도, 제주도에서 김포, 편도 1시간도 안 되는 비행이지만 처음이기 때문에 긴장했다. 아기가 불편하면 어떡하지, 울고 소리 질러서 주변 사람들한테 민폐 끼치면 어떡하지?
최대한 아기가 불편하지 않게 하는 것이 제1 목표이기 때문에 비행기 시간도 아기 패턴 기준으로 골랐다.
국내선 비행 24개월 미만 아기는 무료다. 물론 좌석 없고, 비행이 아주 짧기 때문에 베시넷도 없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를 이용했는데, 아기용 안전벨트 안 준다. 남편이랑 나랑 번갈아 가며 무릎에 앉혀 안고 갔다.
이/착륙 시 수유하는 게 귀 압력을 줄이는 꿀팁이라고 해서 준비했는데, 비행기가 언제 뜰 지 모르고, 아기가 분유를 보면 달라고 보채서 결국 이륙 전에 다 먹었다. 걱정과 달리 이/착륙 압력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주 평온했다.
혹시 몰라 아기용 귀마개(베이비반즈 이어머프)를 샀다. 씌워주면 가만히 있지 않고 손으로 계속 잡아 뽑았다. 아예 더 어리거나, 말을 좀 알아들어야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김포에 거의 다 도착할 즈음 똥을 쌌는데, 착륙할 거라 화장실을 쓸 수 없었다. 도착해서 제일 마지막에 내렸고, 한참을 가야 화장실이 나왔다. 똥 싼 기저귀 때문에 아기띠도 못 하고 손으로 겨드랑이를 받쳐 들고 종종 뛰어갔던 게 제일 어려웠다.
아기 맞춤 숙소 고르기
숙소는 거실 겸 주방에 방 하나가 더 있는 곳을 예약했다. 성인 2명 +아기 1명 조합치고는 큰 숙소다.
숙소 고를 때 조건 :
- 주방
- 바닥에 이불 깔고 아기 누울 자리 충분
- 침대
수유용품 설거지도 해야 하고, 아기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숙소에서 시켜 먹거나 포장해서 먹어야 한다.
아기가 뒤집기를 해서 바닥에서 재워야 하지만, 지난번 여행에서 요 깔고 자다 허리 아작날 지경이었기 때문에 침대가 꼭 있어야 했다.
아기가 새벽에 울면 둘 중 한 명이라도 잘 자야 하니까 방이 분리되어 있으면 좋다. 이 숙소는 거실 겸 주방인 곳에도 침대가 있고, 방에도 침대가 하나 있었다.
스키장 여행이랑 달라진 점
이유식을 시작했다. 180일에 시작했으니 딱 열흘 됐다. 미음, 소고기, 오트밀, 청경채, 바나나까지 테스트했다. 여행 가서 이유식 재료 구해 테스트할 수 없으니, 여행에서는 바나나를 주기로 했다.
준비물
비행기는 자동차 여행과 다르다. 짐을 되도록 가볍게 하기 위해 부피가 큰 것은 다 뺐다. 그래서 분유 포트와 욕조는 가져갈 수 없었다. 분유 포트 대신 직접 물을 끓일 수 있는 보온병을 샀다.
비행기 탈 때 가지고 탄 것들
분유, 물, 아기용 귀마개, 기저귀, 가제 수건, 여벌 옷, 쪽쪽이, 담요, 소리 안 나는 장난감
출산 전에 왔을 때랑 달라진 점
“모든 것!!!” 말 그대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 작년 비슷한 시기에 제주도 4박 5일 여행을 왔었다. 그때는 임산부였다. 모든 것이 달라졌다. 우선 모든 일정은 아기의 밥시간과 컨디션에 달렸다. 맛집/예쁜 카페를 찾아볼 시간도 없으며, 찾았더라도 때맞춰서 갈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번에는 그저 비행기를 타보기 위한 여행이었기 때문에 관광지를 둘러보지도 않았다. 게다가 날씨가 좀 안 좋으면 아기 감기 걸릴까 봐 밖에 나가기가 꺼려진다.
느낀 점
분유 물 온도 맞추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하다 보면 금방 할 줄 알았는데 내가 원했던 것보다 조금 더 뜨겁거나 차가웠다.
이동시간 계산을 제대로 못 했다. 아기가 잠든 지 얼마 안 되면 도착했다. 잘 만할 때 깨우기를 몇 번 반복하니까 아기가 소리 질렀다. 다음에는 잠들면 목적지를 바꿔서 드라이브하든가 해야겠다.
다음 여행에 꼭 가지고 갈 준비물은 접이식 의자다. 똥 치우거나, 욕조 없이 혼자 목욕시키는 것은 진짜 어렵다. 쭈그려 앉아서 중심 잡기도 어려운데 아기도 움직이니까 불안하다. 이제 무게도 꽤 나가니 힘도 달린다.
아직 카시트 안 샀으면 렌터카 할 때, 사려고 눈여겨 본 거 써 보는 것도 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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