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 해외여행 팁 (효도여행)

부모님의 성격과 취향에 따라 다르겠으나, 나의 부모님(5~60대)을 기준으로 적어본다.

기껏 시간 내고 돈 쓰면서 서로 마음 상하는 일 없게 하려면 여행 전 기본 규칙을 세우는 것이 좋다.

부모님이랑 자유여행 10번 정도(중화권, 동남아, 유럽)하면서 내가 만들어 통보한 규칙이다. 이렇게 해도 때마다 불만 사항이 나오고, 다시는 같이 여행 안 간다고 다짐하지만 결국 또 준비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내가 제시한 것은,

  • 일정 계획에 참여하지 않으면 불만 금지
  • 식당에 간 인원보다 적게 시키는 거 금지
  • 역사 나도 모르니까 궁금하면 미리 공부
  • 궁금한 거 직접 물어보기
  • 술 마셔서 다음 날 지장 있으면 안 됨
목차

    1. 부모님의 성향 파악 중요

    우선 자유여행을 하기 전에 부모님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행지, 숙소, 식당 등을 정할 때 기준으로 쓴다.

    우리는 생각보다 부모님을 잘 모른다. 그리고 부모님께서는 제대로 얘기해주지 않으며 간혹 본인도 본인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를 때도 있다. 예를 들면, 아빠는 항상 “휴양지는 왜 가, 어차피 누워있을 거면 집에 있지, 그 멀리까지 가서 왜 쉬어.”라고 하셨지만, 막상 여행지 어디가 좋을 것 같아라고 물어보면 “나는 몰라 엄마 좋다는 곳으로 가, 난 그냥 따라다닐 거야, 추우니까 따뜻한 동남아가 좋겠지. 싸고 맛있는 거 먹으면서 쉬고.” 이런 식으로 대답하셨다.

    아빠 ”누울 수 있으면 어디서든 잘 수 있고, 위생이 별로인 식당도 잘 갈 수 있다.”

    엄마 “깨끗해야지, 좋은 곳에서 잘 자야 컨디션이 좋아 여행도 잘하지.”

    이런 경우면 무조건 엄마가 기준이다. 

    2. 여행 일정 공유

    우선 여행지가 결정되면, 여행지가 나온 TV 방송을 보여주거나, 홈쇼핑 여행 상품 광고를 보여준다. 인터넷에서 가보고 싶은 곳,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등을 찾아보고 말해달라고 한다. 의견을 취합해 일정을 짠 후, 이번 여행에서 “A, B, C, D를 할 거다.” 대략 알려주는 게 좋다. 이렇게 진행될 때까지도 의견을 내놓지 않다가 출발 전날이나, 공항 또는 막 도착해서 의견을 추가하는 멤버가 있다. 그래서 여행 일정을 절대 빡빡하게 짜면 안 된다. 널널해야 조정이 쉽다. 하루에 몰아보면 힘들고 나중에 기억도 안 난다.

    가이드처럼 아침마다 오늘의 일정을 대략 읊어주고, 하루가 끝날 때 내일은 무엇을 할 것이다라는 것을 공지하는 것이 “오늘은 뭐하냐, 내일은 뭐하냐, 얼마나 걸리냐, A에는 언제 가냐” 등의 질문을 막을 수 있다.

    지도와 관광지 리스트, 먹어볼 음식 리스트 등을 정리해 프린트해서 주면 알아서 읽으시기 때문에 편하다. 읽어보시고 추가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얘기하세요 하면 부모님도 조금 더 참여하신다. 그리고 여행 전에 주기적으로 쫀다. 아빠 하고 싶은 거 없어? 찾아봤어? 먹고 싶은 거 있어? 가고 싶은 곳 있어? 등등. 

    3. 끼니때 잘 챙기고, 종종 한식당 방문

    아빠는 끼니에 민감하다. “나는 주는 대로 잘 먹지, 여행 하다 보면 늦게 먹을 수도 있지.” 라고 하시지만 사실 아니란 걸 안다. 맛 평가 심하고, 끼니때 놓치면 절대 안 된다. 아빠와 처음 하는 대만 여행은 식당을 기준으로 일정을 짰다. 점심, 저녁, 야시장 메뉴가 겹치지 않으면서도 여행지와의 동선이 가까운 곳을 찾아 예약하고 다녀왔다. 근데 아빠는 이걸 모른다.

    그래도 다행히 부모님 두 분 다 새로운 음식 먹어보는 것 좋아하신다. 그런데도 2~3일에 한 끼 정도 한식당에 가면 좋다. “한국에서 매일 먹는 건데 왜 여기서 비싼 돈 주고 맛없는 한식을 먹냐.”라고 하시지만 사실 말만 그럴 뿐 잘 드신다. 해외 한식당이 비싸고 한국보다 맛이 덜하니까 그렇게 말하는 것뿐인 듯. 한식당이 없다면 한국인들 입맛에 잘 맞는 식당이나 그것도 없으면 중식이나 일식도 괜찮다.

    4. 숙소 – 조식 필수(뷔페식이면 좋음), 방은 따로, 부대시설 금상첨화

    부모님을 모시고 가는 여행에서 조식은 필수다. 호텔 뷔페식이면 더 좋다. 그리고 숙소 내에 부대시설(수영장/사우나)이 있으면 금상첨화다. 나는 아침밥을 꼭 챙겨 먹는 스타일은 아니다. 조식이 있으면 먹고, 없으면 없는 대로 지낸다. 그래도 먹고 싶은 날에는 숙소 근처에서 먹고 오는 식인데, 부모님을 모시고 그렇게 하기엔 어렵다. 조식이 나오는 숙소여야 부모님 원하시는 시간에 식사하시고, 나는 내 시간을 쓸 수 있다. 잠을 더 자거나, 여행 정보를 더 찾을 수 있다.

    그리고 방은 무조건 따로 쓰는 것을 추천한다!!

    부대시설(수영장/사우나)이 있는 경우, 어떻게 쓰는지 설명해 주면, 스스로 다녀오신다. 유료인지 무료인지 매우 중요하다. 유료면 안 가신다.

    한식을 해 먹으려고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정하는 경우도 있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추천하지 않는다. 에어비앤비에 주방이 있음 = 엄마가 일한다는 뜻이다. 재료도 사야 하니 장 보는 일도 추가다.

    5. 용돈과 비상금

    환전하고 돈을 나눈다. 내가 돈을 잃어버리거나 털렸을 때를 대비해서 돈을 가족들이랑 나눠서 보관한다.

    부모님에게 각자 용돈과 비상금을 드린다. 처음에는 가지고 계시다가 여행 끝나면 반납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숙소에서 쉬다가 근처 편의점에 가서 그 나라 맥주랑 맛있어 보이는 과자 사 오시곤 한다.

    6. 호텔 명함과 우리 연락처

    패키지여행에 갔을 때, 아빠는 숙소가 바뀔 때마다 호텔 명함을 챙겼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데, 혹시 일행/가이드/버스를 잃어버렸을 때 알아서 숙소에 와서 기다리면 되니까 명함을 챙기는 거라고 했다.

    시어머니는 본인이 현지인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게, 메모지에 “도와주세요, 여기로 연락해 주세요, 보호자 이름(주로 남편이나 나), 전화번호를 영어와 그 나라 말로 적어달라고 하셨다.

    7. 쉬는 시간

    일정 중간중간 쉬는 시간은 필수다. 자식보다 체력 좋은 부모님도 계시긴 하다만, 일반적으로 2~30대와 5~60대의 체력은 다르다.

    대부분 부모님들 힘드냐고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아니라고 한다. 자존심인지 여행에 방해된다고 생각해서 그러는 건지 모르지만, 아무튼 안 힘들다는 말은 믿지 말고, 여행 일정 중간중간 쉬는 시간을 주는 게 좋다. 숙소가 가까우면 들어가 쉬어도 되고, 멀면 카페도 좋다. 특히 동남아는 날씨가 더워서 금방 지친다. 더위랑 상관없이 실내에서 하는 일정(마사지, 백화점)을 이 시간에 배치하는 것도 좋다.

    8. 이동 수단

    버스보다는 택시가 좋다. 현지 교통수단은 맛보기 식으로 3정거장 정도 타는 것이 좋다.

    장거리 이동 수단 옵션이 버스와 기차라면 기차를 선호한다. 기차 안에서는 걸어 다닐 수도 있고, 화장실도 있으니까 말이다.

    발리 여행하면서 있었던 일들

    1. 종이로 된 발리 지도를 주니 좋아했다. 아무래도 스마트폰 다루기가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아날로그 좋아하심.
    2. 현지 돈을 드리면 호텔에서 쉬다가 밖에 산책 삼아 나가서 현지 맥주랑 맛있어 보이는 과자 몇 개 사 오심.
    3. 부모님 서로 하고자 하는 게 다를 때는 한쪽으로 의견을 모으려고 하지 말고 각자 하면 된다. 아빠는 사위랑 스노클링 투어하고, 그동안 나랑 엄마는 쇼핑몰에 갔다.
    4. 비싸니까 사지 말라고 해도 추억이 되는 것이면 사기. 아빠의 서핑 사진, 비싸다고 안 산다고 하셨는데 남편이 사라고 함. 지금은 그게 얼마였는지 기억도 안 나는데 사진은 멋있게 남았다.
    5. 해볼 수 있는 것들을 체력 되는 한에서 다 해보게 한다. 처음에는 안 한다고 거절했다가도, 두세 번 얘기하면 하신다. 안 해본 거라 겁나서일 수도 있고, 비쌀까봐 미안해서 안 한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아빠는 발리 여행에서 서핑, 제트스키를 처음 해봤다. 처음 운전해 보는 제트스키라 소심하게 하시다가, 둘째 날 또 시켜드리니까 아주 신나게 밟으심. 동남아에서 하는 수상 액티비티는 한국에서 접하기도 어렵고, 한국이 더 비싸다고 하면 된다.
    6. 나는 다 괜찮아, 따라다니기만 할 거라는 말은 믿으면 안 된다.

    Posted

    in

    by

    Tags:

    Comments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